판례 검색부터 계약서 작성까지, AI가 법률 사무를 대체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판례를 검색하려면 법률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키워드를 하나하나 입력하고, 유사한 사건을 찾아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AI 법률 검색 시스템이 사용자의 질문을 이해하고, 관련 판례와 조항을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특히 미국에서는 이미 ChatGPT 기반의 법률 상담 시스템, 문서 자동 작성 프로그램, 리걸테크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존 로펌의 법률 사무직이 맡아오던 단순 반복 업무를 AI가 대체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간단한 계약서 작성, 문장 교정, 법률 문서 템플릿 조합, 시간 기록, 법률 상담 예약 응대 등은 대부분 자동화 소프트웨어나 AI 챗봇으로 대체 가능해진 상태다. 국내에서도 ‘로앤컴퍼니’, ‘로폼’, ‘리걸플래닛’ 등 다양한 법률 스타트업이 법률 자동화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중소 로펌까지도 AI 기반 사무 자동화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는 변호사가 아닌 사무직 인력이 수행해오던 방대한 문서 작성 및 보조 업무를 빠르게 축소시키고 있으며, 로펌 내부의 인력 구조도 크게 변하고 있다.
가장 먼저 사라지는 법조계 일자리, 로펌 사무직
로펌 사무직은 그동안 변호사의 업무를 지원하고, 행정·문서·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직군이 가장 먼저 AI 자동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일자리가 되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로펌 사무직의 주요 업무는 규칙 기반, 반복성 높은 문서 작성과 자료 정리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뢰인 기초정보 정리, 사건 개요 작성, 판례 요약 정리, 일정 관리, 이메일 회신 같은 업무는 정형화된 로직으로 자동화가 쉬운 영역이다.
특히 패러리걸(paralegal)이나 법률 보조원의 경우, 미국과 영국에서 이미 일부 대형 로펌들이 AI 문서 분석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30~50%의 관련 인력을 감축했다는 사례도 있다. 국내의 경우 아직 고용 시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지는 않지만, 신입 사무직 채용을 줄이고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는 흐름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AI가 반복적인 행정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하게 되면, 사람의 개입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로펌 사무직의 일자리는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변호사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AI는 단순 사무직만이 아니라 변호사의 역할도 일부 대체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일부 주에서는 AI가 자동으로 이혼 서류를 작성해주거나, 계약서 리스크를 자동 진단해주는 서비스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기술은 단지 보조 수준이 아니라, 법률 서비스 자체를 바꾸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법률 직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AI는 법률 텍스트를 분석하고 요약할 수는 있지만, 사건의 맥락을 파악하거나, 고객과의 감정적인 교류, 전략적인 조언, 협상 기술, 재판 전술 수립 같은 인간적인 판단이 필요한 영역은 여전히 AI가 다룰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윤리적 책임, 고객 신뢰 확보, 복잡한 다층 사건 처리와 같이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법률 서비스에서는 인간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따라서 변호사뿐 아니라 법률 사무직도 단순 서류 작업자가 아닌, ‘문제 해결 능력’과 ‘판단력’을 갖춘 전문가’로 전환해야 한다. 단순 보조에서 벗어나,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재하거나, 사건 흐름을 기획하고 전략을 조율하는 업무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존재한다. 기술이 발전해도 ‘누가 어떻게 그 기술을 활용하는가’에 따라 생존 가능성은 완전히 달라진다.
AI 시대, 살아남는 법률 인재가 갖춰야 할 3가지 전략
AI가 법률 사무를 대신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사무직이든 변호사든 모두 새로운 역량과 포지셔닝 전략을 갖춰야 한다.
다음은 특히 로펌 사무직이 AI와 공존하며 살아남기 위한 핵심 전략 3가지다:
① 리걸테크 활용 능력 갖추기
이제는 AI와 자동화 시스템을 다룰 줄 아는 인력이 오히려 더 환영받는다. 클라이언트 데이터를 입력하고, 문서 자동화 툴을 활용하며, 일정 관리·알림 시스템을 이해하는 능력은 현대 로펌이 요구하는 기본기가 되어가고 있다. 단순 사무가 아니라 ‘법률 운영 관리’에 능숙한 스마트 사무직이 살아남는다.
② 사건 기획·프로세스 설계 능력 확보
사건을 처리할 때 발생하는 다양한 절차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서 흐름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획형 사무직은 AI로 대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소송 일정 관리, 제출서류 체크리스트 설계, 판례 맵핑 보조 등 업무 흐름을 설계하는 능력은 고급화된 사무직으로 가는 핵심 전략이다.
③ 커뮤니케이션 중심 역량 강화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감정 조율, 민감한 문의에 대한 응대 등은 AI가 처리할 수 없는 인간적 영역이다. 따라서 단순 데이터 전달이 아닌 의사소통 중심의 고객 응대 능력, 그리고 복잡한 요청을 이해하고 전달하는 번역자적 역할을 맡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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