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광고대행이 기업 인사팀의 파트너가 된 이유
나는 과거 HR 담당자들을 만나면서 왜 그들이 채용 광고대행사를 그렇게 의지하는지 자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기업은 단순히 채용 공고를 올리는 것을 넘어, 어떤 메시지와 이미지로 구직자들에게 자사를 매력적으로 보여줄지를 고민한다. 또한 채용 플랫폼별 최적화된 공고 형식, 적합한 키워드, 경쟁사 대비 강조해야 할 포인트까지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내부 인사팀만으로는 이런 채용 마케팅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꼈고, 전문 대행사에게 기획과 집행을 맡겼다. 나는 실제로 한 중견기업이 신규 지점 오픈을 위해 채용 광고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브랜딩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광고대행을 써야 한다”고 말하던 인사팀장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이렇게 채용 광고대행은 기업 채용의 질을 높이고, 업무 부담을 줄이는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 잡아 왔다.
AI가 채용 공고 작성과 홍보를 자동으로 해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AI가 채용 공고 자체를 자동으로 기획·작성해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GPT 기반 솔루션은 직무 설명서를 입력하면 경쟁사 분석을 통해 유사 직무의 공고 문구를 비교하고, 최적의 키워드와 CTA 문장까지 만들어준다. 나는 한 스타트업 인사담당자가 “신규 포지션 공고를 내려고 AI 툴을 써봤는데, 문장 흐름과 강조 포인트를 직접 다듬을 필요 없이 곧바로 올려도 될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더 놀라운 건 AI가 그 공고를 여러 플랫폼에 자동으로 업로드하고, 성과가 저조한 채널은 자동으로 예산을 줄이며 A/B 테스트까지 동시에 돌린다는 점이었다. 과거 같으면 채용 대행사가 수십 시간 들여 해야 할 일을 이제는 AI가 단 몇 분 만에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AI 스크리닝 시스템이 광고 ROI까지 스스로 관리한다
AI가 채용 광고대행 시장을 더 빠르게 위축시키는 이유는 스크리닝까지 자동화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채용 공고를 통해 지원서를 많이 받는 것이 광고대행의 가장 큰 성과였다. 그러다 보니 “노출을 얼마나 했는지”, “조회수와 클릭수가 얼마인지”가 광고 리포트의 주요 지표였다. 그러나 요즘 AI 채용 솔루션은 공고를 내는 동시에, 들어온 이력서를 즉시 스크리닝해 자동으로 적합도를 평가한다. 예를 들어 어떤 AI 채용 툴은 이력서의 키워드, 경력 기간, 지원서 문장 패턴을 즉시 분석해 합격 가능 점수를 매긴다. 그러면 인사팀은 “이 공고가 단순히 많은 이력서를 끌어왔는지”가 아니라 “최종 합격자 풀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이런 구조가 결국 광고대행사의 주요 가치였던 ‘노출과 클릭 중심의 성과 보고’를 무의미하게 만든다고 느꼈다. AI가 자동으로 공고를 최적화하고, 스크리닝까지 해 성과를 관리하니 굳이 대행을 쓸 이유가 점점 사라지는 것이다.
채용 광고대행 직무가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인 방향
그렇다고 내가 채용 광고대행이라는 업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 보지는 않는다. 다만 이제 단순히 공고를 기획하고 집행하는 수준으로는 AI에 밀릴 수밖에 없다. 나는 오히려 앞으로는 더 전략적인 채용 브랜딩 컨설팅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AI가 아무리 공고를 잘 써도, “이 포지션을 우리 조직 문화와 연계해 어떻게 표현할지”, “MZ세대가 열광할 키 메시지를 어떻게 담을지”는 여전히 사람이 고민해야 한다. 실제로 한 대행사 임원은 “우리는 이제 공고 문구만 다듬는 게 아니라, CEO 인터뷰 영상과 직무 V-log까지 기획해 캠페인을 만든다”며 “AI는 이런 브랜드 감각을 아직 못 따라온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대안은 AI 스크리닝에서 걸러진 인재풀을 분석해, 향후 어떤 유형의 인재가 우리 조직에 더 오래 남는지 데이터 기반으로 제안하는 고급 리포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식으로 단순 광고대행을 넘어서, 채용 브랜딩과 인재 전략 파트너로 포지셔닝할 수 있다면 AI 시대에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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