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사서의 역할 축소와 디지털 아카이브 관리자로의 전환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사서의 새로운 역할

도서관은 오랜 세월 동안 지식과 정보를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지식을 제공하는 공간이었다. 그 중심에는 항상 사서라는 전문 인력이 존재했으며, 이용자와 자료를 연결해주는 조력자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되면서 도서관의 운영 방식과 사서의 역할도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자동 대출기, 스마트 서가, 전자책 시스템, 메타데이터 자동 분류 기술 등 다양한 디지털 도구들이 도입되면서, 사람의 개입 없이도 정보 제공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사서의 역할은 점차 축소되고 있으며, 특히 반복적이고 수동적인 업무는 대부분 자동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사서의 미래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직무가 바로 디지털 아카이브 관리자이다. 이 직무는 단순 자료 관리를 넘어선 고차원의 정보 관리와 보존을 다루며,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새로운 사서의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기술 발달이 사서 업무에 미친 실질적 영향

사서의 업무는 예전에는 책을 분류하고 정리하며, 대출과 반납을 관리하고, 이용자의 자료 검색을 도와주는 것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도서관에서는 키오스크형 무인 대출기기, RFID 자동 반납 시스템, 전자책 대출 플랫폼, AI 기반 자료 검색 시스템 등이 도입되어 이러한 업무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되고 있다. 특히 공공 도서관과 대학 도서관에서는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물리적 인력을 줄이고 디지털 시스템을 우선 도입하는 추세다. 그 결과 전통적인 사서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단순 반복 업무만 수행하던 사서들은 점차 도태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이용자의 정보 접근 방식 자체도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도서관을 직접 방문해 정보를 찾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전자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사서에게 질문하지 않고, 검색 엔진이나 학술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직접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것을 선호한다. 이러한 변화는 사서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결국 지금의 사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 도서관 관리자가 아닌, 디지털 환경에 적응한 전문 정보 관리자로 변모해야 할 필요성이 강해지고 있다.

 

디지털 아카이브 관리자: 사서의 진화된 형태

디지털 아카이브 관리자는 기존의 사서가 하던 물리적 자료 관리 업무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반의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수집, 분류, 보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직무는 단순히 문서를 스캔하거나 저장하는 수준을 넘어, 장기적인 접근성과 검색 효율을 고려하여 메타데이터를 설계하고, 디지털 파일의 포맷과 저장 구조를 관리하며, 디지털 자산의 생애주기를 감독하는 고차원적 업무를 포함한다. 기업, 대학, 박물관, 공공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자산의 중요성이 증가하면서, 이 역할에 대한 수요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사서 출신의 인재는 정보 분류 체계에 대한 이해, 정확한 기록 관리 능력, 문헌 분류 기술 등 아카이빙의 기본 소양을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아카이브 관리자라는 직무로 전환하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 문서 포맷에 대한 이해와, 디지털 저장소 구조, 보안 백업, 저작권에 대한 기초 지식을 학습한다면, 사서 출신이 단순 관리자가 아닌 디지털 지식 큐레이터로 성장할 수 있다. 특히 문화재 디지털화 사업, 디지털 기록물의 보존 프로젝트, 영상/사진 아카이빙 등 다양한 실무 분야에서 이 역할이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사서를 위한 제언

디지털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지금, 전통적인 사서가 해야 할 일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그 변화를 주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디지털 아카이브 관리자로의 전환은 단지 생존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정보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확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아카이빙 관련 자격증 취득, 정보관리 시스템 교육 수강, 메타데이터 표준과 디지털 보존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또한, 오픈소스 아카이빙 도구나, 클라우드 기반 아카이브 플랫폼 등을 직접 다뤄보며 실무 역량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사서라는 직업은 단지 ‘책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보를 구조화하고 사람과 정보를 연결시키는 정보 생태계의 중심 인물이었다. 이 정체성은 디지털 환경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더 확장된 형태로 진화할 수 있다. 디지털 아카이브 관리자는 바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보 전문가의 새로운 모델이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도서관 사서가 디지털 아카이빙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새롭게 펼쳐나가야 할 시점이다.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디지털 전환은 사서에게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