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상담의 패러다임이 뒤바뀌고 있다
한때 보험 설계사는 각 가정과 개인을 직접 찾아다니며 재정 설계와 보험상품을 안내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복잡한 보험 구조를 설명하고, 고객의 상황에 맞는 플랜을 구성해주는 전문직으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 시장에도 디지털 전환의 거센 물결이 밀려들고 있다. 모바일 앱 기반의 AI 보험 추천 서비스, 데이터 기반 맞춤 상품 설계, 자동 언더라이팅 시스템 등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보험 설계사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특히 MZ세대는 대면 상담보다 앱이나 웹사이트를 통한 빠른 비교와 가입을 선호하고 있으며, 이는 보험 설계사의 역할이 더 이상 필수적이지 않다고 여겨지게 만든다. 일부 플랫폼에서는 AI가 고객의 나이, 병력, 재정 상태 등을 입력받아 수초 만에 수십 개 상품을 비교하고 가장 적절한 조합을 추천해주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러한 흐름은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이 과연 앞으로도 존속할 수 있을지를 묻게 만든다. 그러나 질문을 바꿔보면 더 정확한 해답이 보인다.
"보험 설계사는 사라지는가?"가 아니라, "보험 설계사는 어떤 방식으로 진화해야 살아남는가?"라는 질문 말이다.
AI 보험 추천 시스템이 대체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AI 기반 보험 플랫폼은 정량적 데이터 처리에 매우 뛰어나다. 고객의 연령, 소득, 직업, 병력 등 수치를 기반으로 적합한 보험 조합을 계산하는 데 있어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특히 기존에는 설계사 개인의 역량이나 경험에 따라 달라졌던 보험 비교의 정확성과 공정성이 AI를 통해 표준화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더 투명하고, 빠르고, 스트레스 없는 보험 가입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AI 보험 추천의 선호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AI는 어디까지나 '정보를 정리하고 제시하는 기능'에 머물러 있다. 보험은 단지 상품이 아니라, 개인의 삶에 대한 ‘우선순위 결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감한 재무설계다. 예를 들어, 암 가족력이 있는 고객에게 단순히 보장 범위가 넓은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최선일까? 아니면 그 고객이 가진 불안, 경제 상황, 가족 구성원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문제일까? 바로 이런 복합적인 판단에는 여전히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다. 고객의 표정, 말투, 가족의 상황을 듣고 감정적으로 공감하며, ‘정답이 아닌 정서적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결국 보험 설계사는 상품 비교 기능만으로 경쟁할 수는 없지만, ‘삶을 해석하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확립한다면 여전히 필요하고 가치 있는 존재로 남을 수 있다.
보험 설계사의 리포지셔닝 전략 – '감정 컨설턴트'로 진화하라
이제 보험 설계사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의 인생을 조율하는 '감정 기반 재무 컨설턴트'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디지털 시스템이 상품 구조를 설명해주는 시대라면, 사람은 상품 너머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이 겪었던 사건, 두려워하는 질병, 가족의 미래에 대한 계획을 경청하고 그에 맞는 ‘이야기 중심의 설계’를 제안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AI는 숫자와 확률을 다룰 수 있지만, 삶의 우선순위를 정해주는 따뜻한 언어는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설계사는 보험상품 자체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설계해주는 전문가로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단순히 암보험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암 발병 시 병원 정보, 경제적 대처법, 가족 지원 전략까지 컨설팅해주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재무 상담 + 멘탈 케어’ 서비스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보험 컨설턴트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디지털 플랫폼 활용 능력을 갖춘 설계사는 콘텐츠 기반 브랜딩에도 유리하다. SNS나 블로그를 통해 보험 정보를 쉽게 풀어내는 설계사는 오히려 AI 플랫폼보다 더 신뢰받는 전문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고객은 여전히 사람의 이야기에 마음을 연다. 그 ‘사람다움’이 설계사의 가장 큰 무기다.
미래 보험 설계사의 조건 – 테크 이해 + 인간 통찰력
미래의 보험 설계사는 두 가지 역량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첫째는 기술 친화력이다. AI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그것에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AI의 기능을 이해하고 고객 상담에 적절히 접목시킬 줄 아는 설계사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전문성도 부각시킬 수 있다. 둘째는 인간 통찰력과 공감 능력이다. 고객의 삶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 말하지 않은 불안까지 파악하는 감정 리터러시는 앞으로의 설계사가 가져야 할 핵심 자산이다. 보험은 결국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감정의 상품’이다.
AI는 보험설계사의 일 중 일부를 분명히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섬세한 감정 조율, 공감, 신뢰 형성은 여전히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기술의 도입은 직업의 종말이 아니라, 역할의 전환을 의미한다. 살아남는 보험 설계사는 AI와 경쟁하는 사람이 아니라, AI와 협업하며 인간의 가치를 강화하는 사람일 것이다. 상품을 파는 시대는 지고 있다. 이제는 사람의 삶을 설계하고 위로하는 설계사가 남는다.
'AI 시대 사라질 직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육 보조직의 변화, AI 교육 도입 후 살아남는 법 (0) | 2025.07.13 |
---|---|
AI시대에 자동차 정비의 자동화, 정비사 직업군의 미래는? (0) | 2025.07.12 |
무인 편의점 시대, 알바생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0) | 2025.07.12 |
AI가 집어삼키는 일자리, 지금 준비해야 할 것들 (2) | 2025.07.11 |
텔레마케터가 사라진다, 대체 가능한 커뮤니케이션 직무는? (0) | 2025.07.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