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일상이 달라지고 있다, 로스쿨 교육은 바뀌고 있는가?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법률 시장은 조용하지만 강력한 변화를 겪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과거에는 변호사와 법률 사무원이 맡았던 판례 검색, 문서 작성, 법률 요약, 계약서 검토 업무를 이제는 AI가 몇 초 만에 수행하고 있다. 미국의 GPT 기반 법률 자문 서비스인 Harvey, 영국의 CaseCrunch, 그리고 국내 법률 AI 기업들의 솔루션까지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으며, 일부 로펌은 실제로 초급 변호사 업무의 상당 부분을 AI에 맡기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법률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으며, 특히 로스쿨을 준비하거나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AI가 법률 자문을 대신하게 될 때, 나는 어떤 변호사가 되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진로 고민이 아니다. 이제는 로스쿨생이 어떤 역량을 갖추느냐에 따라 법조인으로서의 생존 여부가 결정되는 시대가 왔다. AI 시대의 법률 자문 환경 속에서 로스쿨생은 반드시 새로운 기준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재정의해야 한다.
AI는 무엇을 대체하고, 무엇을 대체하지 못하는가?
AI가 잘하는 일과 인간 변호사가 잘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AI는 수많은 판례와 법률 조항을 빠르게 비교하고, 유사한 사건의 결론을 도출하거나, 계약서 문구에서 위험 요소를 찾아내는 데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특히 GPT 계열 언어 모델은 정형화된 법률 문서의 작성과 검토에 있어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다. 이런 기능은 주니어 변호사의 업무 대부분을 차지했던 영역과 겹친다. 그러나 AI는 여전히 복잡한 인간의 감정, 사회적 맥락, 윤리적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에 대해 깊이 있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예컨대 가정법 사건에서 고객의 심리적 상태를 고려한 전략을 제시하거나, 여러 가지 가능성을 감안한 합의점을 조율하는 협상 과정은 여전히 인간 변호사의 역량에 크게 의존한다. 또한 법률적 리스크를 기업 경영 전략에 반영하는 고차원적인 자문, 또는 입법 해석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로비 활동 등은 AI가 분석할 수는 있어도 판단하거나 책임지지 못하는 영역이다. 로스쿨생은 바로 이 지점을 주목해야 한다. 단순 지식과 논리력만으로는 AI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AI가 못하는 일을 할 줄 아는 법조인이 되어야만 한다.
로스쿨생이 반드시 길러야 할 핵심 역량 3가지
AI 시대에 로스쿨생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문제 설정 능력’이다. AI는 질문에 답하는 데는 능하지만, 질문 자체를 정의하거나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는 취약하다. 실제 법률 실무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묻느냐’이며, 로스쿨생은 사건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법적 쟁점을 명확히 도출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둘째는 ‘윤리적 판단력’과 ‘공감 능력’이다. 특히 형사 사건, 가사 사건, 노동 사건 등에서는 단순히 법률적 논리를 넘어서 피해자, 피고인, 가족 등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 AI는 논리를 제시할 수 있지만, 그 결론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감정의 무게’를 다룰 수 없다. 이 감정의 무게를 이해하는 공감력은 변호사라는 직업의 핵심 자질이다.
셋째는 ‘융합적 사고와 기술 이해력’이다. 이제 법조인은 단지 법을 아는 사람을 넘어서, IT,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리스크, 블록체인 등 다양한 기술 분야와 교차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AI 기술이 기업에 도입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자문하거나 소송 전략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로스쿨생은 기초적인 코딩 개념, 데이터 흐름, 플랫폼 구조 정도는 이해하는 것이 권장된다.
변호사의 역할은 줄지 않는다, 달라질 뿐이다
많은 이들이 AI의 발전으로 인해 변호사라는 직업이 줄어들 것이라 걱정하지만, 실제로는 변호사의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 ‘역할의 형태’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법을 잘 알고 해석하는 능력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이제는 ‘법률을 도구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이 요구된다. 따라서 로스쿨생은 판례 분석, 논증 훈련 같은 전통적인 학습 외에도 문제 해결 중심의 클리닉 수업, 고객 대응 시뮬레이션, 그리고 AI 법률 시스템 활용법 등을 함께 익혀야 한다. AI가 바꾸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변호사가 고객과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체성이 변화하고 있으며, 그 변화에 선제적으로 적응한 로스쿨생만이 미래 법률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경쟁 상대는 더 이상 사람만이 아니다. 하지만 역으로, 기술을 이해하고 인간 중심의 시각을 갖춘 법조인은 그 누구보다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로스쿨생이 새로운 기준으로 스스로를 단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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