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의 확산 속, 세무사와 노무사에게 닥친 구조적 변화
AI 기술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단순 반복 업무나 규칙 기반의 판단을 필요로 하는 직무들이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전문직이라 불리는 세무사와 노무사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세무 분야에서는 자동 장부 기장 서비스, 전자신고 프로그램, 간편한 세금 계산 도구들이 실무에 적극 도입되고 있으며, 노무 분야에서도 4대 보험 처리 자동화, 인사 서류 전산화, 전자근로계약 시스템 등이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이처럼 기술은 단순 실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으며, 반복되는 서류 작업, 단순 질의응답, 기초 자료의 정리 및 입력 등은 더 이상 사람의 손이 필요하지 않은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실제로 일부 기업에서는 세무·노무 분야를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기보다, 자동화 시스템이나 클라우드 ERP를 통해 내부에서 직접 처리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세무사와 노무사의 입지를 위협하는 동시에, 기존 업무 모델의 한계를 직시하게 만든다. 단순 대행 위주의 비즈니스는 점점 AI 기반 플랫폼에 의해 밀려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기존 방식의 서비스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운 환경이 도래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정형적 지식이 아닌 복합 상황 판단력이 전문가를 만든다
AI는 데이터 기반으로 학습한 정보를 바탕으로 정형화된 규칙을 빠르게 적용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그러나 세무와 노무 업무는 단순히 법령이나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세무사의 경우, 기업의 업종 특성, 수익 구조, 거래 형태, 사업주의 재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세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절세 전략을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노무사의 업무도 단순 근로기준법 적용을 넘어, 기업 문화, 조직 규모, 기존 인사 정책, 업계 관행 등 다양한 요소를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동일한 근로계약 위반 상황이라도, 업종별로 접근 방식이나 해결 방식이 다를 수 있고, 조율 과정에서 조직 내부의 이해관계를 신중히 다루어야 한다. 이런 복잡한 문제 해결은 단순히 법 조항을 나열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사람의 상황 맥락을 읽고 판단하는 능력이 핵심이 된다. 전문가에게는 다양한 사례 경험에서 비롯된 직관력, 논리와 감정을 동시에 고려한 설득력, 그리고 돌발 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응력이 요구된다. AI가 법령을 암기하거나 판례를 찾아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을 상황에 맞게 조합하고 실제 사람과 조직에 적용하는 과정은 오로지 인간 전문가만이 수행할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정확한 정보’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세무사와 노무사가 고객에게 제공해야 할 가치는 단순한 문제 해결이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조언자이며, 민감한 정보를 편안하게 공유할 수 있는 관계 속에서만 진정한 전문가의 역할이 드러난다. 특히 세무나 노무 이슈는 대체로 기업 경영자의 판단이 필요한 민감한 주제와 맞닿아 있으며, 이 과정에서 고객은 단지 정보가 아닌 신뢰와 심리적 안정감을 함께 요구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퇴직금 누락 문제로 고용노동청에 조사를 받게 되었을 때, 단순히 규정만 설명해주는 AI보다, 현장 대응 경험이 있는 노무사의 조언이 훨씬 더 유용하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세무사의 경우에도 세무조사 대응, 세금추징 우려 등 고위험 상황에서는 기업주가 감정적으로 동요하기 쉬운데, 이럴 때 전문가의 침착하고 신뢰감 있는 설명이 사업주에게는 실질적 ‘안전장치’로 작용한다. 이런 관계는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신뢰에서 비롯되며, 이것은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이라 해도 모방할 수 없다. AI는 정확한 수치를 제시할 수는 있어도, 고객의 불안을 진정시키거나 결정에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고객은 정보를 넘어서 ‘사람’을 선택하고, 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지속적인 서비스를 기대하게 된다. 전문가로서 생존하고 싶다면 ‘기술적인 우수성’보다 ‘사람 중심의 관계력’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전략적 포지셔닝: 단순 대행을 넘어 컨설팅 파트너로 진화하라
세무사와 노무사가 AI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서비스 구조를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단순한 세무 신고 대행, 급여 계산, 근로계약서 작성 같은 반복 업무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들이 집중해야 할 방향은 ‘고부가가치 컨설팅’이다. 세무 분야에서는 가업 승계 전략, 해외 진출 기업의 이중과세 조정, 복잡한 법인 구조 설계 및 절세 방안 수립 같은 전략적 자문 영역으로 업무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노무사 역시 단순 신고 업무보다 조직 진단, 평가제도 설계, 노사 협상 전략 수립, ESG 기반의 인사 정책 수립 같은 고차원 인사 전략에 참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법률 지식뿐 아니라 회계, 경영 전략, 조직 심리학 등 타 분야와 융합된 통합 역량이 요구된다. AI는 법률 문서를 검토하고 통계를 제시할 수 있지만, 그것을 기업의 상황에 맞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 전문가의 몫이다. 특히 기술 도구를 사용하는 역량 또한 중요해진다. AI를 무조건 피할 것이 아니라, 이를 적극 활용해 더 빠르고 정확한 업무 기반을 만들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차원적 판단과 전략 수립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 된다. 세무사와 노무사는 이제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를 넘어, 고객의 ‘비즈니스 동반자’로 스스로를 재정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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