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업계를 덮친 AI의 파도는 어디까지인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글을 쓰는 일'은 인간만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다. 단어를 조합해 문장을 만들고, 문장을 엮어 이야기를 구성하는 능력은 인간의 창의성과 감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술로는 쉽게 대체할 수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2022년 이후, 대형 언어 모델의 발전과 함께 그 믿음은 빠르게 깨져나가고 있다. 특히 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인간처럼 유려한 문장을 생성할 뿐 아니라, 주어진 주제에 따라 정확하고 구조적인 글을 빠르게 작성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출판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제는 AI가 뉴스 기사를 쓰고, 자기계발서를 요약하고, 심지어 소설과 시까지 창작하는 시대다.
이러한 변화는 콘텐츠를 직접 기획·생산하던 직군, 즉 작가, 편집자, 콘텐츠 마케터, 카피라이터 등 수많은 전문 인력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순한 기술의 발전을 넘어, 이는 '직업의 본질'에 대한 전면적인 재해석을 요구하는 새로운 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AI가 점령해버린 출판과 콘텐츠 시장 속에서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아야 할까? 대안은 과연 존재할까?
AI가 대체한 것은 ‘작가’가 아니라 ‘형식적 콘텐츠’였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과 달리, AI가 완전히 대체하고 있는 것은 ‘작가’라는 직업 자체라기보다는 ‘형식적인 콘텐츠’에 가깝다. 특히 매뉴얼, 설명서, 블로그 리뷰, 상품 소개 문구, 단순 정보성 기사 등은 이미 AI가 대부분 자동화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콘텐츠는 일정한 포맷과 문장 구조를 따르고, 고유한 창작성이 요구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AI가 효율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미디어 기업이나 마케팅 대행사에서는 이미 간단한 기사나 제품 리뷰, SNS 콘텐츠 작성을 AI에게 맡기고 있으며, 인간은 이를 검수하거나 수정하는 역할만 수행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기계적으로 쓸 수 있는 글’은 앞으로 인간이 계속해서 유지하기 어려운 영역이 될 것이다. 콘텐츠 직군 중에서도 주어진 정보를 가공해 출력하는 ‘텍스트 가공형 직무’는 AI의 등장이후 빠르게 효율화되고 있으며, 이는 해당 직무 종사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창의성과 맥락 이해는 여전히 인간의 무기다
AI가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인간의 감정이나 복잡한 사회적 맥락, 문화적 코드까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적용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서사적 구조가 중요한 장르소설,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칼럼, 특정 브랜드의 고유한 정체성을 담은 브랜디드 콘텐츠 등은 단순히 단어를 조합하는 것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이러한 콘텐츠는 독자의 감정을 자극하고,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며, 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맥락의 해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30주년 브랜드 북을 기획한다고 가정해보자. 단순히 연혁을 나열하고 성과를 정리하는 것은 AI가 할 수 있지만, 기업의 철학과 브랜드 정체성을 독자에게 감동적으로 전달하려면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의 콘텐츠 직군은 ‘감정의 해석자’, ‘맥락의 설계자’로서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은 ‘문장의 품질’이 아니라, 그 문장이 독자에게 닿는 방식과 방향을 결정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인간은 기계가 미처 다다르지 못한 ‘맥락적 창의성’을 무기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콘텐츠 직군의 대안은 ‘전략가’와 ‘큐레이터’의 결합이다
콘텐츠 제작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이제 단순한 글쓰기 능력을 넘어서고 있다. AI가 빠르게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시대에는 ‘무엇을 쓸 것인가’보다 ‘왜 이 콘텐츠를 써야 하는가’를 판단하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 즉, 콘텐츠 전략가로서의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특정 타깃 독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전달할지, 어떤 채널을 활용해야 효과적인지, 콘텐츠 제작의 목적과 KPI는 무엇인지 등을 기획하고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앞으로의 콘텐츠 직군에서 핵심이 된다. 동시에, AI가 만든 수많은 콘텐츠 중 진짜 가치 있는 정보를 선별하고 정리해주는 ‘큐레이터’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독자가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택하도록 도와주는 이 역할은 단순한 콘텐츠 생산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필요로 한다. 결국, AI와의 공존을 위해 콘텐츠 직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단순한 생산자’가 아닌 ‘콘텐츠의 설계자이자 큐레이터’로의 전환이다. 이는 기술이 아니라 통찰의 문제이며, 인간 고유의 사고능력을 기반으로 한 진화된 역할이다.
텍스트를 넘어 ‘경험’ 중심의 콘텐츠로의 진화가 필요하다
앞으로 콘텐츠 직군이 AI와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글쓰기에서 벗어나 '경험을 창조하는 콘텐츠'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독자가 콘텐츠를 통해 감정을 느끼고, 사고를 확장하며,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는 ‘몰입형 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블로그 글 하나로 제품을 소개했다면, 이제는 스토리텔링 기반의 인터랙티브 콘텐츠, 웹 기반의 인터뷰 다큐, 혹은 실시간 참여형 콘텐츠로 진화해야 한다. 이러한 콘텐츠는 단순한 문장 생산을 넘어서 기획, 스토리 구성, 사용자 인터페이스 설계까지 함께 고려되어야 하며, 이는 여전히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다. 즉, 콘텐츠 직군의 미래는 ‘경험을 설계하는 크리에이터’로 변화할 것이다. 글 한 줄을 잘 쓰는 능력보다, 글을 통해 어떤 장면을 만들고, 어떤 정서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기획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AI가 텍스트를 넘어 영상, 오디오, 디자인까지 넘보는 지금, 인간은 ‘경험의 총연출자’로서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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