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 업무 자동화로 바뀌는 금융직 일자리

펀드매니저라는 직업이 가졌던 막강한 권한과 위상

나는 과거 자산운용업계 사람들을 만나면서 펀드매니저가 가진 독특한 지위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펀드매니저는 단순히 주식이나 채권을 사고파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막대한 고객 자산을 관리하며, 시장에 대한 통찰과 리스크 감각을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 책임을 졌다.

 

언론에서도 펀드매니저가 특정 종목을 대거 편입했다는 뉴스가 나오면 시장이 움직일 정도였다. 기업 IR 담당자들이 펀드매니저와의 미팅을 잡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이 직업이 가진 상징적 무게를 다시금 실감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AI 기반의 자산운용 알고리즘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이런 풍경에도 큰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알고리즘이 펀드매니저의 의사결정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내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알고리즘 트레이딩과 로보어드바이저가 금융 투자 의사결정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시장 데이터와 재무제표를 펀드매니저가 손수 분석하고, 거시경제 흐름을 읽으며 투자 비중을 조절했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해 시장 신호를 자동으로 읽는다. 나는 한 대형 자산운용사에서 “펀드 운용 전략의 80% 이상이 이미 정량화된 룰과 머신러닝 모델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AI가 시장 변동성, 거래량, 뉴스 속성까지 분석해 투자 종목과 시점을 자동으로 결정하는 펀드가 점점 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사람 펀드매니저가 직접 분석하고 결단을 내리던 영역이 빠르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직 구조 자체가 바뀌며 줄어드는 사람의 역할

이런 변화는 펀드매니저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최근 자산운용사 리서치 부서의 분위기를 들으면서 구조적 변화를 확연히 느꼈다. 과거에는 애널리스트들이 방대한 리포트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펀드매니저가 투자 결정을 내리는 체계였다. 그러나 이제는 AI가 증권사 리포트, 실적 공시, 뉴스까지 모두 긁어와 핵심만 요약하고 스코어링을 해준다. 이 과정을 거치면 리서치 인력이 분석해야 할 1차 작업이 크게 줄어들고, 결국 주니어들이 경험을 쌓을 기회도 감소한다. 내가 한 운용사 팀장에게 “요즘 신입은 뭘 배우나요?”라고 묻자,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옛날처럼 자료 수집하고 모델링하는 건 이제 AI가 다 해주니까요. 그냥 결과를 검토하는 게 거의 전부죠.”라고 말했다. 결국 금융업에서 사람의 역할이 ‘직접 분석하고 결단하는 일’에서 ‘AI가 만들어낸 결과를 점검하고 승인하는 일’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AI가 할 수 없는 판단과 책임, 거기에 미래가 달려있다

나는 그래도 자산운용 업무에서 사람의 영역이 완전히 사라지리라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시장의 불확실성과 돌발변수, 그리고 투자자 심리를 고려하는 일만큼은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AI는 과거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지금은 매수 적기”라고 판단할지 몰라도, 지정학적 리스크나 새로운 규제, 혹은 글로벌 투자자의 심리적 공포까지 완벽히 반영하지는 못한다. 내가 한 펀드매니저에게 “AI 때문에 두렵지 않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AI가 도와주니 훨씬 정확하고 빠르게 일할 수 있어요. 다만 최종 책임은 여전히 저니까, 가장 중요한 건 그 AI가 놓친 것들을 찾아내는 직감이죠.” 나는 앞으로 펀드매니저와 금융직 일자리가 AI로 인해 변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AI가 못하는 사람 고유의 직감과 복합적 판단이 결국 마지막 생존의 무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