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대체되는 ‘비서직’, 변화된 사무지원의 역할
사람들은 오랜 시간 동안 비서직을 단순히 상사의 일정 관리나 문서 정리, 전화 응대에 머무는 직업이라고 오해해왔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빠르게 상용화되면서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AI는 일정 관리, 이메일 회신, 회의록 작성 등 과거 비서의 전형적 역할을 대부분 자동화했다. 이로 인해 비서직은 단순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보다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사무지원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AI를 통해 인건비를 줄이는 동시에 업무 효율을 높이고자 노력했다. 그렇다고 해서 비서직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AI를 보조 수단으로 삼아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는 과정에 있다. 따라서 기업은 이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개인은 이에 맞는 역량을 키워야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는다. 이 글에서는 AI가 대체하고 있는 기존 비서직무의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고, 이에 따라 새롭게 요구되는 사무지원직의 역할과 역량,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본다.
AI로 빠르게 대체되는 전통적인 비서 업무
최근 5년 사이에 기업들이 도입한 AI 기반 업무 자동화 솔루션 덕분에 전통적인 비서의 핵심 업무 상당수가 기계로 대체되었다. 예를 들어 AI 스케줄러는 상사의 일정 충돌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자동으로 회의 시간을 조정한다. 예전에는 비서가 수십 통의 이메일과 전화를 주고받으며 잡아야 했던 일이다. 또한 AI 음성 비서는 회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녹음하고 요약본을 작성해 관련자에게 발송한다. 과거 비서가 일일이 노트에 받아 적고 문서로 재작성해야 했던 수고를 AI가 대신한다. 이메일 자동분류 및 자동답변 시스템도 이미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Gmail, Outlook에 탑재된 스마트 리플라이, 스마트 서머리 기능은 하루 수백 건의 이메일을 처리하는 기업 환경에서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사람 비서가 맡았던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의 단순업무가 AI로 넘어갔음을 보여준다. 이는 비용 절감뿐 아니라 업무 속도, 정확성 측면에서도 기업에 상당한 이점을 제공한다.
AI가 못하는 부분, 사람 사무지원직이 새롭게 맡는 역할
그렇다면 AI가 모든 비서 업무를 완벽히 대체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AI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 사람 사무지원직의 가치가 더욱 커졌다. 대표적으로 상사의 개인적 성향과 기업 내 정치적 맥락을 고려한 조율 업무는 아직 AI가 다루기 어렵다. 예를 들어 A팀과 B팀이 같은 시간에 회의를 잡으려 할 때,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두고 어느 정도 양보를 끌어낼지는 사람의 미묘한 감각과 관계 맺기에서 비롯된다. 또한 VIP 고객 방문 시 상황에 맞춰 즉흥적으로 준비물을 조율하거나,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을 현장에서 해결하는 일 역시 사람 사무지원직이 담당한다. 여기에 최근에는 사내 보고자료를 작성할 때 AI가 만든 초안을 사람이 스토리텔링과 맥락에 맞게 다듬는 역할도 생겨났다. 즉 사무지원직은 이제 AI가 만들어낸 1차 자료를 심화시키고, 조직 내 인간관계를 고려해 전략적으로 업무를 재배치하는 ‘비즈니스 코디네이터’에 가까운 역할로 변모했다.
미래 사무지원직이 갖춰야 할 역량과 직무 전망
앞으로의 사무지원직은 단순 문서 처리, 일정 관리 능력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 데이터 해석 능력, IT 솔루션 활용 역량, 프로젝트 관리 이해도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예를 들어 AI가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사에게 의사결정 자료를 준비할 때, 어떤 지표를 어떻게 강조해야 할지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ChatGPT, Notion AI, Monday.com 같은 협업툴을 능숙히 다루고 이를 다른 직원에게 교육할 수 있는 역량도 경쟁력이 된다. 무엇보다 AI가 놓치는 인간적 센스를 유지하면서 신뢰를 구축하는 감성 지능(EQ)이 중요하다. 향후에는 사무지원직이 단순한 보조자가 아니라 AI를 효율적으로 관리·감독하면서 사람과 기계를 잇는 매니저로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Executive Assistant’ 직군에 데이터 기반 보고 및 AI 툴 운영 경험을 필수 조건으로 넣기 시작했다. 이처럼 사무지원직은 AI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이를 활용해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