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회계직의 종말, 회계사가 가야 할 방향은?
반복의 시대가 끝나고, 회계 업무의 성격이 바뀌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회계 업무는 숫자를 다루는 반복 작업으로 인식되었다. 전표를 입력하고, 지출 내역을 정리하며, 장부를 마감하는 작업이 회계의 전형적인 일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AI 회계 프로그램, 클라우드 기반 ERP 시스템의 확산으로 인해 단순 회계직의 역할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기업은 정확성과 속도를 이유로 더 이상 사람에게 정형적인 회계 업무를 맡기지 않는다. 특히 인공지능은 법인세 자동 계산, 매출 분석, 부가세 신고와 같은 업무에서 사람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이러한 변화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프리랜서 회계시장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고 있다. 기존에는 5명이 처리하던 회계팀이 이제는 1명만으로도 충분해졌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결국 단순 회계직은 그 생명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으며, 이는 특정 직무의 퇴보가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의 변화다.
자동화 기술의 확산이 만든 기회와 위협
회계 분야의 자동화는 단순히 일자리를 줄이는 역할만 하지 않는다. 실제로 AI와 자동화는 ‘더 나은 회계’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기업들은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회계 정보를 바탕으로 즉각적인 재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었고,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고속 예측과 시뮬레이션도 가능해졌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입력 작업을 넘어 ‘분석’과 ‘통찰’을 제공하는 역할이 새롭게 요구되고 있다. 회계사와 회계 관련 직군이 가야 할 방향은 여기에 있다. 즉, 기술을 도입한 이후 남게 되는 고차원의 문제 해결과 전략적 사고의 영역을 맡는 것이다. 문제는 기술의 변화 속도에 비해 회계 실무자의 대응 속도가 느리다는 데 있다. 일부 회계사들은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 있고, 새로운 도구에 대한 학습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태도는 머지않아 전문직으로서의 생존까지 위협받게 만든다. 단순 회계직의 종말은 피할 수 없지만, 그것이 곧 ‘회계사 전체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 회계사가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
이제 회계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단순한 숫자 해석 능력이 아니다. 데이터 기반의 사고력, 비즈니스 전반을 이해하는 시각,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기본 소양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데이터 분석 능력’은 회계사의 생존을 좌우할 핵심 역량이다. 회계사들은 더 이상 재무제표만 보고 결과를 기록하는 존재가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리스크를 예측하고 경영 전략을 제안하는 역할로 진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월간 결산 자료를 통해 단순히 손익을 계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흐름을 분석하여 자금 흐름 이상 여부를 사전에 감지하거나 투자 효율성을 제안하는 것이 미래 회계사의 역할이다. 또한, AI를 이해하고 회계 플랫폼을 능숙하게 다루는 능력은 필수다. 마이크로소프트 파워 BI, 퀵북스(QuickBooks), SAP 등의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통합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행 가능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능력이 회계사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생존이 아닌 성장의 기회로 만들려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과 회계사무소에서 자동화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고정된 사고방식이다. 단순 회계직의 종말은 단지 직무 하나의 폐기가 아니라, 회계사라는 직업이 본질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경고다. 이 변화 속에서 회계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서 ‘경영을 이해하는 전문가’로 전환해야 한다. 회계 정보를 해석하고 그것을 사업 전략으로 연결하는 능력, 클라이언트의 상황을 파악하고 맞춤형 재무 솔루션을 설계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결국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회계사의 역할과 가치는 정해진다. 회계사는 이제 ‘숫자를 맞추는 사람’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 위기 속에서도 방향을 바꿔 성장의 기회로 만드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회계사의 미래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